2019. 5. 12. 12:0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부처님을 찬탄하는 詩모음
비슬산 가는 길 / 조오현(曺五鉉)
비슬산 구비 길을 누가 돌아가는 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 비껴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가 나는 걸까.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 가면 운(韻) 들릴까
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 듯 끊인 연(緣)을
싸락눈 매운 향기가 옷자락에 지는 걸까.
절은 또 먹물 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
만 첩첩 두루 적막(寂寞) 비워 둬도 좋을 것을
지금쯤 멧새 한 마리 깃 떨구고 가는 걸까.
초파일 밤 / 김 지하
꽃같네요
꽃밭 같네요
물기어린 눈에는 이승 같질 않네요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저기 저 꽃밭
살아 못 간다면 살아 못간다면
황천길에만은 꽃구경 할 수 있을까요
삼도천을 건너면 저기에 이를까요
벽 돌담 너머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오색영롱한 꽃밭을 두고
돌아섭니다
쇠창살 등에 지고
침침한 감방 향해 돌아섭니다
굳은 시멘트 벽 속에
저벅거리는 교도관의 발자욱 울림 속에
캄캄한 내 가슴의 옥죄임 속에도
부처님은 오실까
연등은 켜질까요
고개가로저어
더 깊숙이 감방속으로 발을 옮기며
두 눈 질끈 감으면
더욱 영롱히 떠오르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아아 참말 꽃 같네요
참말 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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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古寺) 1 / 조지훈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西域萬里) 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서산마애삼존불 /오세영
돌에서 깨어나
인간으로 지금막 환생해서
걸어나오는 미륵이여,
이세상 첫걸음에
알듯 모를듯 입가에 흘리는
그대 미소는
진정무엇을 말하려 함인가
한송이 연꽃에도 우주가 있다는데
그대를 막잠에서 깨운
암벽의 진달래
너무도 아름다워 그런것인가.
돌도 佛性받아
인간될 수 있음을
한낱 미소로 깨닫게 해준
서산(瑞山)운산면(雲山面)
마애존불
공양/안도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 울음 서른 되
오체투지/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관세음의 노래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이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
탑을 돌며/서정윤
진흙이 물을 담고
옹기가 되어 서 있다
모든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는
침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은 찬란하게 빛난다
아름다움 속에 죽음이 숨어 있다
삶의 흰 이빨이 보인다
미소론/유안진
국보 제78호
삼국시대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한장 사진만으로도
새 정토(淨土)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아름다운 극치
극치의 신비 신비로운 절대
이 미소 이상은 모두가 게거품질이고
이 미소 이하는 모두가 딸꾹질이다
안면근육경련이다.
합장(合掌)/김소월
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 빛은 배여와라.
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燈)불 빛에 거리는 헤적여라, 희미(稀微)한 하느편(便)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힌,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四方)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하고, 더 안가고,
길가에 우뚝하니. 눈감고 마주서서.
먼먼 산(山). 산(山)절의 절 종(鍾)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해인사/조병화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송광사에 와서/ 이근배
아직도 흐르고 있느냐
조계산이 온 몸으로 끌어 안던
밤이 살 냄새를 다 씻지못하고
물소리는 저데로 치닫고만 있느냐
피가 비칠세랴
뼈가 드러날세랴
사랑은 숨죽여 안개속에 묻히더니
그 입덧은 자꾸 기어나와
국사전 뒷뜰에 부스럼같은
상사화로 피어 있구나
눈에 보이는 것은
본래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름이야 열번 백번
바뀐들 어떠랴
산에 오면 나도
산이 되어야 할텐데
감로탑 앞에 서면 나도
머리깍은 돌이 되어야 할텐데
왜 내겐 물소리 뿐이지
저 삐죽삐죽한 상사화들이
내 잃어버린 사랑으로 보이지
왜 나는 물소리가 되지 못하지
헛것들에 갇혀서
돌아오는 길을 잃고 있지
백담사 /이성선
저녁 공양를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은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아나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석굴암대불/유치환
목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천년을 차거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먼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없이 지새는 흰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라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적적히 눈감고 가부좌하였노니.
돌아가는 길/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우담바라 / 임영조
청계사 극락보전 삼신불 앞에
낯선 새떼들 왁자지껄 붐빈다
네가 곧 부처다
네 마음이 절이다
아무리 일어줘도 못 알아들으니
답답하신 부처는 문뜩 우담봐라!
스스로 이마 찢고 꽃을 피웠다
앞뜰 냉이 꽃다지도 덩달아 피고
저 아래 마을에선 입이 싼
풀잠자리 웃음소리 자지러지고
오늘도 무사히 봄날은 간다.
불국사(佛國寺)/박목월
흰달빛
자하문(紫霞門)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大雄殿)
큰보살
바람소리
솔소리
범영루(泛影樓)
뜬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달빛
자하문
바람소리 물소리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석굴암(石窟庵) /김상옥
오줏이 연좌(蓮坐)우에 발돋움하고 서서
속눈섶 조으는듯 동해를 굽어 보고
그 무슨 연유(緣由) 깊은 일 하마 말씀 하실까
몸짓만 사리어도 흔들리는 구슬소리
옷자락 겹친 속에 살ㅅ결이 꾀비치고
도도록 내민 젖가슴 숨도 고이 쉬도다
2008- 한국히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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