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27
5-1 불교의 대의가 무엇인가
上堂에 僧問, 如何是佛法大意오 師竪起拂子하니라 僧便喝하니 師便打하다 又僧問, 如何是佛法大意오 師亦竪起拂子한대 僧便喝이어늘 師亦喝하니 僧擬議어늘 師便打하니라
법상에 오르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교의 대의입니까?” 임제스님이 벌레를 쫒는 불자(拂子)를 세워들었다. 그러자 그 스님이 곧 “할”을 하니, 임제스님이 바로 후려쳤다. 또 다른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교의 대의입니까?” 임제스님이 또 불자(拂子)를 세워들자, 그 스님도 곧 “할”을 하였다. 임제스님이 또 “할”을 하니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스님이 곧 후려쳤다.
강의 ; 이 대목에 대해서 함부로 주각을 달거나 설명을 하지 말라는 엄명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어차피 모르고 하는 말이니 아무렇게나 말하고 싶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임제록은 불법의 대의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몸살이 난 사람들을 위한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불법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불교의 대의는 실로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화두(話頭)다.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천형(天刑)이다. 진정한 불교가 무엇일까? 도(道)가, 진리가, 무엇일까? 인생의 실상은 무엇일까? 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길이다.
한데 여기에 너무나 쉽고 간단한 답이 있다. 사람의 사는 모습 그대로가 불교다. 진리다. 도다. 그 사람 그대로가 불교인데 다시 물으니 무어라고 일러줄 수밖에 없다. 가장 쉽고 간단명료하게 열어 보여주고 깨닫게 해 주고 그 속에 들어가게 한 것이다. 그래서 매일 매일 행복하게 하였다[日日是好日].
임제스님은 누구보다도 친절하고 자비스러운 분이다. 그런대 왜 불교를 어렵게 설명하겠는가. 가장 알아듣기 쉽고 바르게 가르쳐 주는 분이다. 지혜와 자비가 충만하고 그 가르침이 가장 뛰어난 분이다. 그래서 불교역사상 가장 큰 선지식이다. 임제스님 이후에는 모든 조사들과 노화상들과 선지식들이 다 임제스님의 법을 이었노라고 자랑하고 있다. 임제스님의 후손이 아니면 명함을 내지 못한다. 사찰마다 즐비한 비문(碑文)들이 그를 증명한다.
그 간단명료하고 쉽고 바른 가르침이 여기에 있다. “불교가 무엇입니까.”라고 하는 질문에, 늘 앉은 자리 가까이에 두어 먼지도 털고 벌레도 쓸어내는 도구인 불자를 들어 보인 것이다. 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인 것이 임제에게서는 불자를 들어 보였다. 나는 안경이 늘 가까이 있으니 안경을 들어 보였을 게다.
보여주면 알려는가. 들려주면 알려는가. 때려주면 알려는가. 그래서 불자를 보여도 주고, “할”을 하여 들려도 주고, 때로는 주먹으로 때로는 몽둥이로 때려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노파심으로 모든 정성을 다 쏟아서 열어주고 보여주고 깨닫게 해주고 들어가서 노닐게 해 주었다.
말이 난 김에 불자(拂子)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야기를 해 두고 싶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광엄성(廣嚴城)의 미후지(獼猴池)라는 못 옆에 있는 고각당(高閣堂)에 계셨다. 여러 비구들이 모기와 온갖 벌레들의 침입을 받았다. 상처 난 곳에 붙어서 쏘고 빨아 먹으므로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 말씀드렸더니 부처님은 여러 비구들에게 모기나 벌레를 떨어내는 도구를 소유해도 된다는 허락을 하셨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비구들이 떨이게[拂子]를 갖게 되었다. 뒷날 법을 쓰는 도구로도 사용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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