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2020. 3. 7. 15:4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시 [禪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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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실제적인 진리의 자리에는 먼지 하나 없지만,

불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實際理地  不受一塵  佛事門中  不捨一法

실제리지  불수일진 불사문중   불사일법


- 법집별행록절요, 보조 지눌 국사


* 실체적인 진리는 본질의 세계로 본체이기에 텅 비어 공적하다.

그래서 먼지 하나 필요한 것이 없다. 삶이란 본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세계 일상사의 매사가 불사(佛事)요 사사(事事)가 불공이다.

수행이란 중도의 원융하고 자재한 지혜호운 생활태도다.



자기의 허물을 보라


만약 진정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허물을 보지 않고

마땅히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보아야

도에 있어서 잘 맞을 것이다.


若眞修道人  不見世間過  當自見己過  於道便相當

약진수도인  불견세간과  당자견기과  어도편상당


- 육조 혜능 대사

 

* 범부든 수행자든 남의 허물을 비판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남의 허물이 자신의 허물임을 알아서(自他不二) 남의 허물을 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살필줄 안다면 그는 이미 수행이 된 사람이다.

불교는 脫俗이며 善良이어서 남에게 어질고 보시하는 종교다 



마음이 어린 후니 / 서경덕


마음이 어후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中雲山)에 어내 님 오리마난

지난 집 부난 바람에 행여 귄가 하노라

 

- 해동가요에서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겹겹이 둘러싸인 깊은 산꼴짜기에 어느 임이 오겠느냐마는

떨어지는 잎과 부는 바람 소리에 혹시 임이 아닌가 생각하노라)




 





 

 

 

+ 영혼의 눈 / 허형만·(1945- )

 

이태리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 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 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냄새와 물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

붉은 점모시나비 기린초 꿀을 빨게 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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