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7. 15:4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시 [禪詩]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실제적인 진리의 자리에는 먼지 하나 없지만,
불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實際理地 不受一塵 佛事門中 不捨一法
실제리지 불수일진 불사문중 불사일법
- 법집별행록절요, 보조 지눌 국사
* 실체적인 진리는 본질의 세계로 본체이기에 텅 비어 공적하다.
그래서 먼지 하나 필요한 것이 없다. 삶이란 본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세계 일상사의 매사가 불사(佛事)요 사사(事事)가 불공이다.
수행이란 중도의 원융하고 자재한 지혜호운 생활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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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눈 / 허형만·(1945- )
이태리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 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 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냄새와 물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
붉은 점모시나비 기린초 꿀을 빨게 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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