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여자 생겼제? "/성철선사

2009. 3. 19. 01: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어느날 성철선사께서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며 공부하고 있던 혜국스님을 불렀습니다.

혜국스님은 열셋에 출가한, 일타스님의 상좌이며 설통說通을 하신

수행자로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누구의 명인데 거역하랴 싶어 당시 학생이었던 혜국스님은

학교 강의를 물린 채 당장에 백련암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방에 들어서 삼배도 끝나기도 전 다짜고짜 성철노사가 하신 말씀은..

"니? 여자 생겼제?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혜국스님의 회고인즉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는 것이죠..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겨하는 당신이 서클의 한 여학생을

두어달 전부터 마음에 두고 만나는 걸 어떻게 아셨는가 하는 겁니다.

맹세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다음의 일은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

그날로부터 20일 동안 참회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하루에 5천배씩 20일 동안 10만배를 회향하고 나서

바로 손가락 셋을 연비했다고 합니다.

 

지난 일요일 수락산 자락 한 자그마한 비구니스님의 절에서

혜국스님이 하신 법문 중의 내용입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며 구도의 정열을 불사른 50대의 스님을 곁에서 뵈니

안광이 어찌나 강렬한지 바로 쳐다볼 수가 없더군요.

법문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왠지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출가의 길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부친이 스님이었던 작가 조정래씨가 그러더군요..

"출가의 길이란 가장 비인간적이고 또 가장 인간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버님께서 대학에 들어가기 전, 강력하게 출가를 권하셨죠.

문학을 하고 싶어서 어버님의 청을 거역하던 저에게 아버님께서는

 '그럼, 시를 썼던 만해 한용운선사처럼 살면되지 않느냐'면서 출가하기를 권하셨어요.

아마도 아버님 말씀대로 출가했더라면, 저는 글을 쓰고 싶어서 10년쯤 후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을 겁니다...."

 

착잡한 마음에 돌아오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한 노비구니 스님께 전화를 걸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조정래씨의 말을 전해드렸더니, 동감하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노비구니스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이런 시를 들려주셨습니다.

 

"승진행, 아직도 마음이 착잡해? 인생은 잘 걸어가는 거야..복잡할 것 없어요..

그냥 부처님 생각 해가면서 하루하루 잘 걸어가면 돼....

내가 좋아하는 시 하나 들려줄께 한 번 들어봐요.."

 

"전생 산자락 그늘 되어 중이 되었네

전생 장삼자락 업이 되어 또 중이 되었네

산자락 장삼자락 그리워 다음 생에 또 중이 되려오.."

 

이번 생애는 출가의 길에 서 있었으니 안심이 되나,

전생에 익힌 숙업으로 인해 혹 다음 생애에 출가의 길을 놓칠까 두렵다는

노비구니스님이 들려주시는 시를 들으니 마음이 더 착잡했습니다.

 

출가의 길...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무엇인가...

 

혜국스님의 말씀은 이러셨습니다.

 

"무명을 없애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하며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하나는 마음 농사,즉 참선을 해서 욕망을 순수에너지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게 진정한 수행입니다."

 

현상에 정성을 다하고 본질을 꿰뚫는 것에 정진하는 것이

승속을 막론하고 진정한 출가의 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가장 인간적인 길이기도 하겠구요..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