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7. 21:1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 무한한 과거 현재 미래가 ‘지금 이 순간’/ 반산보적 선사① - 좋은 고기를 주오 |
짧은 말, 한 송이 꽃으로도 얼마든지 눈을 뜰 수 있어 放下屠刀 叉手云 長史 那不精底 師於此 有省 “좋은 고기를 한 조각 잘라주시오.” “선생님, 어떤 것이 좋지 못한 것입니까?”하였다. 유주 반산에서 교화활동을 하였고 시호는 응적(凝寂)이라한다. 이 이상의 전기는 자세하지 않다. 아마도 고기를 파는 좌판대 가까이를 막 지나고 있었다. 우연히 고기를 사러 온 사람과 고기를 파는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수행하는 청정한 승려는 고기가게 앞을 지나게 되면 왠지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든다. 자신의 수행과 교화의 덕이 부족하여 이렇게 살생을 하고 남의 살을 팔아서 먹고 살겠다고 하는 그와 같은 광경이 모두가 자신이 부덕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피해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생각과 함께 부정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보적 선사는 마침 고기를 사고파는 광경까지 보았으니 약간 얼굴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뜻밖에도 두 사람의 대화에서 평생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고기를 사는 사람은 좋은 고기를 달라고 하는데 파는 사람은 “좋지 못한 고기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대화다. 상대적 관념, 범부와 성인, 중생과 부처라는 이 모든 차별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대화였다. 이와 같은 지극한 안목을 열어주는 것은 결코 많은 말과 길고 긴 법문과 장황한 경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짧은 말, 손가락 하나, 한 송이 꽃으로도 얼마든지 눈을 뜰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을 누구를 위해서 했든 관계없이 듣고 깨닫는 사람이 있으면 곧 그 사람의 것이다. 참으로 기이하다 하겠다. 돈을 번다고 해서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때가 되면 일확천금도 쉽다. 불법에 대한 깨달음도 그와 같이 예정도 없이 우연찮게 다가오는 일이다.
② - 장송가를 듣고 깨치다 幕下孝子 哭云 哀哀 師身心踊悅歸來 馬大師印可 그는 요령을 흔들면서 노래를 불렀다. 이 혼령은 어느 곳으로 가는지를 알 수 없구나”라고 하였다. 앞에서는 고기를 사고팔면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눈을 뜨더니 이 단락에서는 상여꾼의 장송곡에 상주는 “아이고, 아이고”라고 하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서 뛸 듯이 기뻐하여 스승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저승길은 곧 여기 이 순간이다. 여기 이 순간 외에 달리 무엇이 따로 있겠는가? 저 드넓은 시방세계와 무한한 과거 현재 미래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인 것을. . .
무비스님 / 동국역경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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