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철품 13~14장 나고 죽음을 벗어남이 으뜸이 되리

2011. 6. 24. 21:5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법구경

728x90


 

    나고 죽음을 벗어남이 으뜸이 되리

     

     

     

    법구경 명철품

     

     

     

    제13장

    세개몰연 선극도안 여혹유인 욕도필분

    世皆沒淵 鮮尅度岸 如或有人 欲度必奔

    세상 사람은 모두 깊은 못에 빠져 저 언덕에 이른 이 아주 적구나

    그런데도 혹 어떤 사람은 그곳으로 건너가려 반드시 달려간다.

     

     

    Few amongst men are those who reach the farther shore*:

    the other people here run along (this) shore.

    사람들 가운데서 피안(彼岸)에 이른 이는 아주 적다.

    나머지는 이편 강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Note: The other shore (farther shore) stands for life eternal,

    nirvana; this shore for earthly life, samsara.

     

     

     

    제14장

    성탐도자 남수정교 차근피안 탈사위상

    誠貪道者 覽受正敎 此近彼岸 脫死爲上

    진실로 도를 탐하는 사람 바른 가르침 받들어 행한다.

    그는 저 언덕에 가까웠나니 나고 죽음을 벗어나 으뜸이 되리.

     

     

    But those who, when the law has been well preached to them,

    follow the law, will pass to the other shore,

    [beyond] the dominion of death which is difficult to overcome.

    그러나 진리가 바로 전해졌을 때 그것을 따라간 사람들은 피안에

    이른다. 죽음도 그 피안에는 이르지 못하리.

    ==================무심지덕=해====================

    세상 사람들의 전도된 견해는 마치 꿈속에서 꿈을 꾸는 것 같다.

    간혹 성인의 가르침을 듣고 문 듯 꿈을 깬 듯 착각하지만 그래도

    꿈속이다. 완전한 꿈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몸과 마음이 가위눌린 듯하여, 모든 재액을 만나더라도 뜻대로

    피하거나 달아나지 못하게 된다. 그 원인은 무명의 깊은 못에 빠져

    있으면서 오온의 노예가 되어 생. 노. 병. 사. 하는 윤전의 고리에서

    매여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무명의 깊은 못에 빠져 보고 듣는 견해가

    뒤바뀌고 현명하지 못하므로 오온이 본래 공한 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색. 수. 상. 행. 식에 노예가 되고 종이 되어 스스로 자기

    몸을 통재하지 못하고 오온이 시키는 대로 행하므로 저 열반의

    언덕에 이르는 자가 적은 것이다.

     

     

     

    그러나 혹 어떤 사람은 진실로 도를 구하고 탐하여 발보리심을

    내고 진리를 구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지극하므로 인해 성인의

    바른 도와 인연 맺고 바른 가르침대로 행하여 영원한 저 열반의

    언덕으로 건너가려고 하는 자도 있는 것이다.

     

     

     

    그는 보리심이 퇴굴退屈하지 않으므로 진리를 따라가 기필코

    피안에 이를 것이며 나고 죽는 꿈에서 완전히 깨어나 위없는 무상

    열반을 성취할 것이다.

     

     

     

    중생들은 무시이래로 오온이 치성하여 나고 죽음으로부터 모든

    액난이 생기므로 우비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액난과 우비 고뇌의 근원은 무명으로부터 시작하였음으로

    진리를 따르는 구도자의 궁극적이 목적은 무명을 밝혀 영원히 꿈

    에서 깨어나는 것이므로, 이생이든 내생이든 여여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 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 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 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른 능금 같다고 생각하거나
편지를 받아먹는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년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을 때쯤이면
우체통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리라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슴 속 주머니에 넣어 두는 날도 있을 것이며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아질 뿐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진다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 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 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 잉크 냄새 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 남기 위해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다고
밤의 염전에서 소금 같은 별들이 쏟아지면
바닷가 우체국이 보이는 여관방 창문에서 나는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다가 머물러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우체부의 자전거를 생각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로도 가는 것을 생각하고
길은 해변의 벼랑 끝에서 끊기는 게 아니라
훌쩍 먼바다를 건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 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 넣거나
수평선을 잡아 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