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 과열화 막는 덕목은 절제 / 도현 스님

2011. 9. 17. 01:53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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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 과열화 막는 덕목은 절제 / 도현 스님

 

지나친 물질적 행복 추구
스트레스도 함께 상승
풀림과 조임 조화 필요

괴테는 1774년, 25살의 젊은 나이에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합니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다른 사람의 약혼녀인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다가 결국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맙니다.

이 소설은 당시 5개 국어로 출간되는 등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 유럽을 휩쓸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베르테르의 복장을 따라 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까지 유행처럼 번졌다고 합니다.

이후 200년이 흐른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필립스가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했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자살을 보고,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최근 여성 아나운서의 자살에 이어 유명 그룹 출신의 남자 가수가 자살을 하면서

모방 자살, 즉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4월에는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학생의 자살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명이 자살을 했고, 이 대학 교수도 1명이

자살을 해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습니다.

왜 이들은 자살을 했을까요? 흔히 우울증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나친 경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명예가 높아지고, 재물이 많아지면 행복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행복보다도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괴로움이 더 커집니다.

집안에 보물을 가득 쌓아놓은 부자가 밤마다 도둑이 들까봐 걱정을 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와 비례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다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괴로움과 슬픔을 느끼며 좌절하게 됩니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들의 환호와 갈채 속에 인기를 누리다가 어느 순간 환호와 박수 소리가 멀리지면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자살을 금하는 계율이 생기게 된 것은 부처님 당시 한 무리의 비구승이

부정관(육체의 부정함을 느끼고 깨달아 번뇌와 욕망을 떨쳐버리는 관법)에 빠져

자살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불교는 생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가르치지만 인생을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육신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재물·명예·인기 등 본래의 자신을 결박하는 집착으로 벗어나라고 가르칩니다.

그럼, 앞서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이 겪었을 큰 괴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됩니다.

〈아함경〉을 보면 부처님께서 열심히 수행을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 한

비구와 나누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 비구는 출가 전에 거문고를 타는 직업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알았던 부처님은 “거문고 줄이 느슨하면 어떠하냐?”고

묻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대답에 이번에는 “줄이 너무 팽팽하면 어떠하냐?”

고 묻습니다. 비구는 ‘끊어진다’고 답합니다. 이에 부처님은 “줄의 느슨함과

조임이 알맞아야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듯 도를 배우는 마음도 이와 같이

알맞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음식이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게 되면 배탈이 납니다. 술도 분위기가 좋다고

많이 마시면 취해서 정신을 잃는 등 고생을 하게 됩니다.

공부나 인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녀야할 덕목은 바로 이런 ‘욕심의 절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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