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문제가 없다/법상스님

2011. 11. 18. 13:1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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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면도의 저녁놀

 

아무런 문제가 없다/법상스님

 

 

언제 어느 때든 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고통이나 근심도 없다.
만약 어떤 문제나 걱정거리가 생겨났다면
그것은 나 자신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겉에 드러난, 나를 치장하고 있는
껍데기에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그것은 갑옷처럼 단단하며, 특정한 유니폼처럼
그것을 입고 있는 나를 규정짓고
내가 바로 그것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이나
겉옷 같은 껍데기에 속지 말라.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 껍데기는 이를테면 내 성격이라고 해도 좋고
내 몸, 육신이라고 해도 좋다.
혹은 내 느낌, 욕구, 생각, 견해, 집착일 수도 있다.
나아가 내 직업, 외모, 경제력, 지위, 학력 등일 수도 있다.
우리는 바로 그것을 '나'라고 규정짓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삶의 모든 문제와 근심, 걱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점을 바로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의 본질에 있어서는
언제나 아무런 문제도 걱정도 없다.
다만 문제와 근심, 걱정이 있다면
언제나 내 성격, 몸, 느낌, 생각,
외모, 돈, 욕구 따위에서 생겨난다.
그것들이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제들이
곧 '나의 괴로움'이라고 착각하고,
괴로움들에 일일이 관여하고 결박당해
꼼짝달싹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인연과 조건,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생성소멸을 반복할 뿐이다.
변치 않는 결정적인 '나'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그 껍데기들을 '나'라고 굳게 믿으면서
죽고 살며, 내 삶의 모든 것을 건다.
그것이 근심 걱정에 시달리면
나도 따라서 근심 걱정에 시달리고
그것에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문제가 생긴 것인 양 괴로워하며 아파한다.
 
나에게는 스스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삶의 몫이 있다.
모든 존재들에게는 존재에게 주어진 본연의 물음이 있고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찾는 일이다.
그 일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은 관찰자가 되는 일밖에 없다.
인격과 소유, 몸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다 놓아버리고 다만 관찰자가 되어 주시하고 지켜보는 일이
본연의 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근본 목적이며
모든 수행의 시작이자 끝인 지관(止觀), 정혜(定慧)의 두 축이다.
 
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문제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나라고 가면을 쓴
가짜들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가짜에 속지 말라.
껍데기에 속지 말라.

나의 몸, 성격, 느낌, 생각, 관념, 욕구, 소유, 직업, 돈..........
이 모든 것들에서 '나'라는 수식을 빠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제들에 휩쓸리지 말라.
모든 문제와 근심, 걱정 들은
나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가짜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들은 다만 내가 바라볼 것들이지
나 자신의 실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