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松深谷坐無言     벽송심곡좌무언

昨夜三更月滿天     작야삼경월만천

百千三昧何須要     백천삼매하수요

渴則煎茶困則眠     갈즉전다곤즉면


푸른 솔 깊은 골짜기에 말없이 앉았으니

어젯밤 삼경 달이 하늘에 가득하다.

온갖 삼매 닦은들 어디에 쓰리

목마르면 차 마시고 피곤하면 잠자지.

 

 


* 오대산에 주석하던 근세의 선지식 한암(漢巖:1876~1951) 스님의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절학무위(絶學無爲)의 경지에 이른 편안함이 물씬 풍겨져 나온다.

어젯밤의 달빛이 하늘에 가득하다는 2구의 말은 마음속의 달이 떠서

어제의 무명심지를 환하게 밝혀버렸음을 나타낸 말로 볼 수 있겠다.

백천 삼매를 닦는다는 것도 이젠 부질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쉬어버린 절학의 나머지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그저 함이 없이 경계를 수용할 뿐이다.

목마르면 차 마시고 피곤하면 잠잔다는 말은 이른바 대혜종고 스님이 말한

“검은 것이 오면 검게 나타내 주고 붉은 것이 오면 붉게 나타내 준다”

(胡來胡現 漢來漢現)는 말이다.

 

- 지안스님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