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빈틈으로 비춰오는 밝은 햇빛에는 가는 먼지가 요요히 일고, 해맑은 연못엔 그림자가 소소히 밝다.
虛隙日光 纖埃擾擾 淸潭水底 影像昭昭 허극일광 섬애요요 청담수저 영상소소
- 선가귀감, 청허 西山대사
* 마음이 안정되고 맑을 때는 망상이 들어오는 것을 세밀하게 알지만 일상 속에서는 그 자체마저 느끼지 못하고 지나간다. 禪은 大圓鏡에 비추는 마음의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일이기도 하다 대사는 햇빛속의 요요한 먼지와 연못속의 소소한 그림자라 했다
+ 햇빛복권 / 박제천 (1945-)
햇빛복권을 아시는지요 새해 새아침 해와 눈맞추는 순간 눈길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복권 우리들 눈과 눈으로 무지개다리를 타고 들어오는 햇빛복권을 받으셨는지요 가슴속 가득 고인 고통의 담을 녹여버리고 핏줄 속 마디마디 엉기는 노여움을 풀어버리는 하느님의 햇빛복권 새해 새아침 새해와 눈만 마주치면 누구나 당첨되는 햇빛복권을 아시는지요 이 세상 살아 있는 것들, 유정한 것들의 때에 찌들은 온몸 온 마음 옹이 지고 응어리진 미움과 슬픔 단숨에 녹여버리고 눈부시게 눈부시게 떠오르는 새해 새아침의 해 해님이 주시는 햇빛복권을 받으셨는지요 새해 새아침 눈으로 받아 눈으로 전해주는, 받기만 하면 온 마음 환희에 차오르는, 온 세상 광명으로 바뀌어지는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 |